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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철학이 있는 통일2]자유와 인간존엄(人間尊嚴)이 대의명분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통일은 어렵다. 남과 북의 통일에 대한 명분, 곧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와 그 방법론이 너무 다르고, 어떤 체제의 통일국가를 만들겠다는 미래 국가상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함께 통일을 이루려면 먼저 그 대의명분과 방법론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통일에 대한 대의명분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은 분단 이후 반(反)독제와 자유, 민주, 경제발전을 위한 간난신고(艱難辛苦)의 노력 끝에 기적처럼 세계 10위권의 경제 문명국이 되었고, 개인의 자유와 인간존엄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국가이념으로 뿌리내린 나라가 되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허위프로파간다'에 따라 이른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옹위하고 남쪽 인민을 미제와 그 주구들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면서 무력증강에 온 국력을 집중해 오고 있다. 그 결과 거의 세계 최빈국 수준인 북한은 기아와 궁핍과 전체주의 독재에 허덕이면서도 세계 최빈국 수준인 북한은 기아와 궁핍과 전체주의 독재에 허덕이면서도 세계 아홉 번째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으며 세계 7~8위권의 군사강국이 되었다.

 

'허위 프로파간다'와 '군사력 증강 전력질주', 이 두 개의 수단은 전체주의 독재체제의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통치수단이다. 국민민의 삶을 희생시켜 독대체제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증강한다. 광신도가 된 주민들은 '위대한 사명감'을 품고 여기에 동참해 열광한다. 이것이 전체주의 독재체제의 정석(定石)이다. 전체주의 체제의 가장 효과적인 통치이념인 것이다. 전체주의 독재체제에서는 이 통치이념이 선전선동에 의해 인민 모두의 통일된 가치관이 되고 철학(이념)이 된다. 스탈린 차하의 소련이 그랬고 히틀러의 극우 나치독일이 그러했으며 군국주의 일본제국이 그러했다.

 

일본제국 신민(臣民)의 가치관은 이른바 '야마토다마시'라는 대화혼(大和魂)이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인들의 이념인 이 '야마토다마시'는 자살특공대 '가미카제(神風)'와 집단자실인 '옥쇄(玉碎)로 표현되기도 했다. 비굴하게 포로가 되어 위대한 조국의 명예에 흠집을 내느니 차라리 '옥구슬이 가루가 되어 더 빛나고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듯' 스스로 배를 가르거나 목을 쳐 집단 자살함으로써 충절을 입증한다는 '옥쇄(玉碎)'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폭탄을 매단 경폭격기를 몰아 적의 함정에 돌진해 폭파시키고 자신도 한줌의 연기로 산화한다는 '가미카제'가 당시 일본인들의 가치관과 이념에 따라 위대하고 아름답고 의로운 영웅적 희생으로 미화되었다.

 

나치독일의 히틀러는 아리안 족(게르만 인)의 우수혈통을 주장하는 생물학적 인종주의와 민족주의 운동을 절묘하게 혼합시킨 독특한 전체주의적 국가이념인 나치즘(Nazism)으로 독일 국민을 열광시키고 도취시키고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나치즘은 인간을 이지적으로 설득한 것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결박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추종자들의 퇴행적 종속성과 나르시즘(narcissim, 自己愛) 등을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이용함으로써 존속할 수 있었다.

 

북한정권의 되풀이되는 프로파간다는 대중을 세뇌시켜 불의하고 감정적인 허위의 프로파간다를 가치관과 이념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세뇌는 보통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기존관념이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체제의 입장으로 전이(轉移)하도록 하는 사상개조 활동을 의미한다. 실제로 북한 인민 대부분은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굶주리면서도 북한의 전체주의 세습독제체제에 자긍심을 느끼고 열광하며, 김일성 일가의 세습독재자들을 '민족과 인민을 구원해주는 위대한 영웅'으로 신성화(神聖化)하여 존경하고 떠받든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묘향산 특각에서 심근경색과 심장쇼크로 갑자기 사망하자 북한 인민들은 너나없이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울부짖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북한정권의 통치이념 중 하나인 프로파간다의 결과였다. 

 

지난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사이드 때 북한의 미녀응원단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길가에 비에 적은 채로 걸려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수막 사진을 발견하고 일으킨 소동은 남한 국민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미녀응원단은 달리던 버스를 급하게 세운 후 아우성을 치며 차에서 뛰어내려 김정일 초상화가 인쇄된 현수막을 소중하게 떼어 가슴에 안고 흐느끼며 절규했다. "위대한 장군님의 사진을 비에 젖게 하다니......." 이 또한 쇼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진심에서 우러난 행동이었다.

 

북한 주민들의 이처럼 최면에 걸린 듯 분별력을 잃은 괴이한 충성심과 북한의 핵.미사일을 비롯한 군사력은 불량국가로 규정된 북한체제를 받쳐주는 반석이자 자산이며 원동력이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제아무리 강고하고 오래 지속될지라도 차라리 핵을 안고 자멸할지언정 결단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인 통일'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일 뿐이다.이 두 개의 자산이 있는 한 북한체제는 변하거나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평화적인 방식의 통일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이 두 개의 자산에 자신감을 갖고 '국토완정(國土完整)'이라는 궁국적인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북한은 정권수립 때부터 '국토완정'을 북한정권의 존재이유이자 목표로 삼았다. 국토완정이란 남조선을 '북한 식 사회주의 체제'로 만들어 한반도 전역을 통일하는 이른바 '적화통일(赤化統一)'을 뜻 한다.

 

국토완정은 1948년 9월 10일 김일성이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정강(政綱)에 처음 등장한 이후 1949년 김일성의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통일방안으로 공고화되었으며, 1998년 개정헌법 서문(序文)에 김일성의 유훈으로 법률화되었다. 

 

  정행산 

<약   력>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詩人, 한국문인협회.현대시인협회.국제펜클럽 회원. 中央日報 경제부 차장, 中央情報部 서기관.
丁一權 총재(전 3군참모총장. 국무총리. 국회의장) 비서실장. 
李哲承 총재(전 신민당 당수. 당시 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京畿日報 논설위원.中部日報 논설실장. 경기매일신문 주필 겸 사장.
시민평화문화포럼(CPCF) 준비위원장